(성인야설) 밤꽃 향기-제8부 - 단편 [야풍넷]

구임옥 0 74 02.06 04:42

제8부-밤꽃 향기




7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날씨는 무더웠다. 




일요일 아침, 아내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 보니 아침10시가 넘어간다. 무더운 날씨에 장마기간이라 몸과 마음이 끈적거린다. 




비가 내리다가 지금은 잠시 개었다. 








하지만 추마 끝에는 아직도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무마루에 누워 할 일없이 낮게 드리운 어두운 구름만 본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친구들과 시끄럽게 떠들어 내며 골목길을 지나간다. 그때 2층에 살고 있는 희경이 아빠가 계단을 내려온다.




“오! 준석이 아빠, 오랜만입니다.”








2층에 사는 송봉구는 악수를 청하며 마루에 걸터앉았다.




“송형, 오늘은 쉬는 날인가 봐요.”




“예, 우리야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지요.”




“요즘, 장마철이라서 쉬는 날이 많겠네요?”








“예, 노가다라는 게 그런 거지요.”




송봉구가 말을 마치자, 아내가 커피를 내왔다.




“아이쿠, 고맙습니다. 




준석이 엄마는 점점 예쁘지 시네요.”




투명한 유리잔에 꽉 채워진 얼음 잔을 찰찰 소리 나도록 돌리며 송봉구가 말한다.








“희경이 아빠도 참...”




핀잔을 주듯 말하고는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희경이 엄마는 어데 갔나요?”




“예, 그 사람은 친정에 비닐하우스 재배하는데 일도와 주러 봄부터 갔는데...”








“그래도 부부라는 게 같이 붙어살아야지, 힘들겠네요?”




“사는 게 힘든 거 아닙니꺼...”




송봉구는 스푼으로 커피 잔을 다시 한번 요란스럽게 흔들어 제치며 힘없이 말한다.




“그렇죠?”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비도 오는데, 술 한잔하러 2층에 올라갑시더.”




“홀아비 혼자 살면서 술이 있나요?”




“어젯밤 태종대에서 낚시했는데, 아직도 파닥거리고 있을 깁니더.”




“아! 그래요?”








“와사비하고 초장만 있으면 되는데..., 혹시 집에 있습니꺼?”




“준석이 엄마, 집에 초장하고 와사비있나?”




“없는데요...”




안방에서 아내가 대답한다.




“그럼, 내가 가서 사 오지 뭐...”








“그럼, 나는 가서 회를 뜨고 있을 테니, 준석이 엄마하고 같이 올라오소.”




“예...”




나는 마트에서 소주와 삼추, 초장, 와사비를 사고 아내에게 건네주면서, 양념 준비하여 올라오라고 하고 먼저 2층에 올라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송봉두의 딸 희경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희경이, 오랜만이네. 근데 집에서 뭐하노?”








“그냥...”




그냥 싱긋이 웃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송봉구는 정말 팔딱거리는 시커먼 고기들을 부엌칼로 목 줄기를 찍자, 




피가 뿌려지며 몸뚱이는 아직도 꿈틀거린다. 








나는 낚시와 고기에는 아는바 없어서 어쩌다 어울려 낚시를 가더라도 뒷전에서 소주와 심부름정도 밖에는 하는 것이 별로 없다.




손바닥만한 크기에서 방어처럼 생긴 것까지 10마리정도는 되어 보인다. 




송봉구의 칼솜씨는 나에게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어떤 놈은 비늘을 훑어 내고 어떤 놈은 껍데기를 벗기고 포를 뜬다. 그리고 칼끝이 면도날 보다 예리한 칼을 바꾸어 회를 친다.




“송형, 횟집해도 되겠는데요.”




“허허, 그래요? 하긴 예전에는 전포동 횟집에서 일 좀 했지요.”




“음, 어쩐지 칼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요.‘”








막노동하는 송봉두의 이미지에서 분명히 다른 일면이 보이고 있었다. 




노가다에서 다져진 몸이라서 그런지 훤칠하면서도 단단한 체구와 스포츠형의 짧은 머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거실에는 몇 개의 빈 술병이 보인다.




“희경이 엄마와 떨어져서 살면 불편하지 않으세요?”








부부관계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지라 넌지시 물어보았다.




“사실... 부부가 아니제”




회치는 작업을 마치며 비눗물로 손을 씻어내며 말한다.




“옛? 그럼?”




“사람 사는 게, 부부이전에 가족이어야 하는데...”




“송형, 무슨 말씀인지?”








나는 송봉두의 힘없이 쳐져있는 말에 이미 부부간에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초장과 와사비는?”




“예, 집사람이 준비하여 올겁니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다보면서 




“준석이 엄마, 준비되었으면 가져온나.”




“예~, 올라가요.”








아내는 깻잎과 상추를 채에 담고, 초장과 와사비를 한쪽 쟁반에 받쳐 들고 올라왔다. 




올라오는 그녀를 보고




“고기가 살아서 팔딱거리더라, 당신도 앉아서 좀 먹어봐라!”




아내는 우물쭈물하며 대답이 없다. 왠지 그전과는 달리 송봉두를 불편해 하는 것 같았다.








“맛있을 깁니더, 아무리 비린내 나는 놈이라 해도 금방 잡아 올려 싱싱한 놈을 회쳐놓으면 향기가 도는 법이지요.”




송봉두는 낚시꾼답게 말한다.




“맞아요, 갓 올라온 고등어회가 그렇게 향기 좋고 맛있을 줄은 몰랐어요.”








나는 예전의 낚시꾼들을 따라 배타고 낚시할 때 파란 고등어의 회 맛에 반했다면서 옛날이야기를 했다.




송봉두와 나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낚시와 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송봉두는 우리와 한잔하려고 다른 친구들의 고기까지 몽땅 들고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술이 얼굴색을 바꾸고 익어가자 송봉두는 이야기를 돌렸다.




“준석이 아빠, 사실 집사람이 집 나간 지 오래됐지...”








“그럼, 친정에 갔다는 얘기는...”




“음, 창피해서 그렇게 얘기하지만...”




송봉두는 연신 소주잔을 비운다.




“전연 소식을 모르나요?”




“짐작은 하고있지....”








“왜 집을 나갔는데요?”




“그걸 내가 알겠나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단숨에 소주잔을 비우고




“뭐, 나의 변변치 못한 직장에다 남들처럼 돈도 많이 못 벌어다 주고, 술꾼에다 그리고 속도 좀 썩혔지...”




송봉두는 이야기를 늘여놓는다.




“혹시, 희경이 엄마에게 남자 생긴 거 아닌가요?”




“내가 속을 많이 썩혀서 그렇지,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은 아닌데...”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데요?”




“지난겨울부터니까, 벌써 반년이나 지났네요...”




“얘기는 충분히 해보셨나요?”




“얘기라기보다는 많이 싸웠지..., 술쳐먹고 다닌다꼬.”




“그럼, 이젠 어떻게 할려고요?”




“글쎄 말입니더, 어떻게 해야 할지...”








송봉두는 술을 벌써 3병째로 마시고 있지만, 전혀 술기가 없다.




“준석이 엄마, 이럴 땐 어떠해야 하지요?”




아내는 우리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가 문뜩 송봉두가 물어보자 




“글쎄요...”




하면서 대답하면서 집안일 때문에 내려가겠다고 했다. 아내가 내려가자








“이혼하자니, 저 어린것에 상처 줄 것 같고..., 하지만 그 여자 하고는 이제 끝내야 제.”




“그럼, 희경이 엄마는 이혼을 원합니꺼?”




“예, 그 여자는 오래전부터 이혼하기를 원했지요?”




“경제력은 있는가 보내요?”




“글세, 그전에 친정집으로 얘기를 들어보니까, 시장에서 채소 장사한다고 하던데...”








“그럼, 송형도 같이 장사하면 되지요.”




“그 여자도 그렇게 하자고 했는데..., 그땐 나도 괜찮게 벌어먹고 살아서 못하겠다고 했지.”




“그럼, 결론은 돈 때문이 아니구먼, 다른 문제가 있는가 본데...”




“송형,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한 가지 문제만가지고 생각할 수는 없지..., 수없이 복잡한 관계가 엮어져 있겠지...”




나는 술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송봉두의 술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미 회는 동이 나고 송봉두는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왔다. 




“희경아! 점심은 아래층 준석이 엄마한테 가서 같이 먹어라.”




나는 혼자 방안에 있는 희경이를 불러 아래층으로 보냈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김치들 먹었다. 그런데 김치가 입맛에 익은 김치이다. 분명 집에 있는 김치가 틀림없었다. 








“그럼, 희경이 엄마와 같이 살 생각은 없네요?”




“아니지, 나는 지금도 돌아와 주기를 바라지.”




“그럼, 내가 한번 만나볼까요?”




“송형이 만난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겠나?”








“마지막으로 살든지 말든지 확실히 정리하고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내가 미치겠어!”




“대충 어디에서 채소장사하나요?”




“응, 구포시장, 구포역 쪽 신선횟집 옆이라고 들었어, 나도 한번 가보기도 했지...”




“알았어요, 제가 한번 만나 볼게요.”




밖에는 또다시 장맛비가 후드득거리며 떨어진다. 








나는 2층에서 내려와 보니 아이들과 아내는 점심을 먹고 있었다. 




술기운을 못 이기고 나는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갈증에 못 이겨 깨어났을 때 벌써 오후 5시가 되었다. 




집안은 조용하고 아무도 없었다. 물을 마시고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나는 3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비가 그친지는 오래된 모양이다. 








그런데 2층 송봉두 집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열린 창문으로 들리는 소리는 분명 여자가 틀림없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고 송봉두가 사정하는 듯 한목소리로 약속을 하는 모양이다. 




송봉두의 아내가 왔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아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디 갔다 왔어?”




“음..., 옆집에..., 잠 잘 잤어?”




아내는 약간 떨리는 듯이 대답한다. 나는 거실 냉장고로 가서 다시 물을 꺼내 마셨다. 




그런데 식탁 옆에 2층에 올라갔던 채와 그릇이 있었다. 




조금전만해도 없었는데. 나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퍼져가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럼 2층 방안에서 난 여자의 목소리가..., 어쩐지 내가 맛본 김치는 아내가 담아서 먹는 우리 김치임에는 틀림없다.’








나는 잠시 동마루에 걸터앉아 공포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레처럼 굳어져있었다.




‘설마, 나의 아내가 2층의 송봉구와 어떻게 된 것은 아니겠지...., 밑반찬이 없으니까 준 것일 뿐 일거야..., 하지만 나도 모르게 숨기는 것은 뭔가... ’




저녁안개는 스멀거리며 축축하게 집안으로 들어온다. 




나의 가슴은 갑자기 막힌 동맥경화처럼 답답한 마음뿐이다.




“여보, 나 친구 좀 만나고 올게.”




“누구 만나는데?”




“응, 강수가 술 한 잔 하자고하네, 좀 늦을 거야.“




“조금 전까지 술 마시고 또 술 마시러 간다고?”




“조금 마시고 올께.”








“알았어, 일찍 들어와요.”




나는 차를 몰고 구포시장으로 들어갔다. 




송봉두가 얘기한 신선회집은 있었지만, 장마철이라 그런지 송봉두의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그 횟집에서는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나 싶어 횟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이른 저녁시간 이라 홀 내에는 손님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예, 어서 오세요.”




“말씀 좀 물어보러 왔는데요. 가게 옆에서 채소 파는 아주머니 오늘 안 나오셨나요?”




식당 아주머니가 나오다 말고 조금 전에 앉았던 식탁으로 돌아가 양파를 다듬는다.




“글쎄요. 며칠째 보이질 않네요.”




며칠째 보이질 않으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혹, 그 아주머니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그런디, 그 아주머니 하고는 어떤 사이인데 연락처를 묻는다요?”




아주머니는 연락처를 알고 있는 듯 하지만 경계하는 눈빛이다.




“아예,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서 자란 고향사람입니더”




“그래예, 고향이 어딘데요?”




“예, 삼량진입니더”








그 식당 아줌마는 한동안 생각하더니만 




“나는 모르고 우리사장님이 알고 있을 건데, 시장갔으니 잠시 기다려 보이소.”




“오래 기다려야 합니꺼?”




“조금 있으면 들어 올 겁니더.”나는 아주머니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한동안 말 상대를 해주었다. 30여분이 지나자 회집 주인이 나타나서 사정 이야기를 하자




“우리 집에 상추와 배추 등 야채를 대어주는 단골이라면서 연락처를 가리켜 주었다.”








나는 차안으로 들어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참 후에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김창수입니다. 준석이 아빠...”




“누구예?”








그녀는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희경이네 1층, 준석이 아빠요...”




“아예, 안녕하세요.”당황하면서 약간 떨리는 목소리다.




“갑자기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예,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로 말씀드리기는 뭐하고, 시간이 좀 납니까?“




“송봉두씨 얘긴가요?”




그녀는 격한 감정이 묻어 있는 떨리는 목소리다.




“사실은 그렇습니다.”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요, 하지만 시간이 없는데 이쪽으로 와주셔야 겠어요.“




“예, 갈께요. 그곳이 어딥니까?”








“부대 앞 사거리 뭉크로 오세요.”




차를 몰고 가면서 자꾸만 연결고리를 물고 가는 송봉두와 아내의 관계가 궁금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뛰었다. 




3층 커피숍을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이 나를 반긴다. 그녀는 구석진 곳에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그녀 곁으로 다가가서 인사를 하자, 그녀는 가벼운 목례로 가볍게 인사한다.




무거운 마음과 더운 날씨를 씻어 내기라도 하듯 식스나인아이스크림을 시켰다. 




나는 송봉두의 생각을 대충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했다. 








송봉두에 대한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 




송봉두는 돈을 많이 벌어오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매일 술을 마시는 술버릇도 있지만, 때로는 폭행하는 나쁜 버릇도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다. 




한 여자를 사랑하여 바람을 피우는 것 같지는 않고 태생적으로 즉, 생리적으로 항상 여자가 필요하고 섹스를 한다는 것이 참을 수 없는 자신의 입장이라고 틀어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혼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그렇다고 당장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라고 말했다. 




부부간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해 주었다. 








그녀는 송봉두에게 마지막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예, 이 근처에서 일하고 있어요.”




“채소는 이제 안 팔구요?”








“며칠 전에 그만두고, 이곳에서 노래방 도우미 하고 있어요.”




그녀는 티 없이 고운 얼굴과 긴 목 그리고 갈색으로 물들인 생머리 카락이 비녀로 감겨 올라 목덜미가 하얗게 드러났다. 




가슴은 크지 않았지만 부드러운 선을 이루는 것이 한국여인의 가슴이었다. 




한창 익어가는 여인의 몸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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