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모 - 38부

김양지 0 224 04.02 12:29



사실상 1심에서 패했다. 원고 측 증거에 대해 피고가 내 놓은 증거 역시 영상물이었다. 정준하가 준 영상에는 정준하 아내와 유재석. 그리고 다른 여자 3명만 있었다. 그러나 아내측이 제시한 증거에는 정준하 역시 있었다. 그들은 함께 거실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와 유재석이 안방으로 들어가고 다른 여자와 정준하가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즉 부부교환 영상이었다. 그건 서로 합의에 의한 것이고 간통은 아니었다.



두 번째 영상은 정준하가 모니터를 보면서 자위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카메라를 사용한 듯, 선명도에서 차이가 났다. 모니터에 나오는 영상까지 식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니터 영상은 정준하가 우리에게 증거로 제시했던 그것이었다. 즉, 남편이 작은 방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관계를 가졌다는 상황도 성립했다.



“이게...어떻게 된 일이죠?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요?”



“.....처음에 스와핑으로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후 그들은 저를 속이고 따로 만났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걸...증명할 수 있어요?”



“..............”



‘병신새끼..’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 해줬다면 거짓 증거라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준하가 제시한 증거가 너무 확실한 것이라 따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번 일도 이 자식 때문에 망쳤다. 돈이. 내 인생의 꿈이 훨훨 날아갔다.



“다시..연락드리죠...”



“.......꼭..부탁드립니다..확실한 증거...찾아 볼 테니까..”



“알았어요..”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었다. ‘멍충이’ 정준하에게 매달리느니 새로운 계획을 짜 보는 것이 이롭다. 귀찮게 구는 그를 달래서 보내고 생각을 정리했다.



‘유재석을 바로 치는 것은 안 되겠고...’



건드릴 건더기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내가 한번. 또 수경이 한번 건드렸다. 이제는 진짜로 범죄를 저질러 잡아넣으려고 해도 의혹이 제기될 판이다.



‘누나가 둘 있다고...’



한명은 26살. 다른 한명은 19살. 사진으로는 둘 다 미인이다. 얼마 안 있으면 해가 바뀌고 그러면 27살. 20살이 된다. 27살 첫째는 결혼 적령기에 현재 사귀는 애인도 없었고, 20살 둘째는 성인이 된다. 둘 다 목표로 삼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매형이 되면 지가 혼자 먹을 수 있겠어?’



띠디디...띠디디..



“네..박명수 검사입니다.”



“나에요. 점심 같이 할까요?”



“으응...어쩌지? 약속이 있는데...”



“그래요? 할 수 없죠..알았어요. 다음에 봐요..”



점점 밝히는 수경에게 질려가던 참이었다. 일도 틀어졌고, 새로운 계획을 위해서는 여기서 정리를 해야 했다.





--------------





12월이다. 시험도 끝났고 고등학교 배정과 졸업장만 받으면 끝이다. 민중고는 나대신 다른 애가 시험을 보러 갔는데 결과는 듣지 못했다.



“으응...싫어...”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나 놀리는 거지?”



오피스텔 안에는 엘리베이터도 있고 계단도 있다. 또 누나 집도 내 방도 가까웠다. 그런데도 계단 한쪽에서 슬기 누나 팬티를 벗겨 내고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앉아 홍건하게 젖은 아랫입을 핥았다.



“누가요?”



“너..누가요 하고 묻는 사악한 악마...변태...색마...”



변태라는 말까지는 가끔 듣는 소리였지만 악마에 색마는 너무했다. 점점 발달하기 시작하는 클리토리스를 입술로 물고 최대한 강하게 물었다. 입술도 클리토리스도 이기지 못하고 서로 비벼졌다.



“으윽....너무..강해...너의 집으로 가..응?”



“오늘이 마지막인데..그냥 해요...”



“아아...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응...”



마지막 오늘을 두 달째 맞고 있었다. 이제는 참고 그냥 하기로 정했는지 소리를 참으려고 한다. 올려다보니 손가락을 이빨로 물고 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핥아 먹으면서 손가락을 넣어 쑤셨다. 그동안 많이 해서 굳은살이라도 생긴 듯 손가락을 두 개나 받고도 아파하지 않는다.



“으읍...읍...살...음..살...”



얼마 만지지도 않아 슬기누나는 가볍게 떨면서 무너졌다. 거칠어진 숨을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마를 올리고 뒤에서 넣으려는데 똘똘이를 꽉 움켜잡더니 치맛자락을 다리 사이에 모아 끼고는 쪼그려 앉았다. 이어서 똘똘이를 핥았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에 색기가 어렸다. 입술은 심술 맞게 삐죽거린다. ‘너도 당해봐’ 라고 텔레파시가 들렸다.



“음....”



“쭙...쭙...”



슬기누나는 가르치는 맛이 있었다. 첫날 오르가즘을 느꼈던 걸로 봐도 성감이 풍부했는데 또 수줍음은 많았고 처음부터 섹스는 더러운 거라는 인식이 있어서 뭐든지 거부감 없이 했다. 또 내가 항문을 빨면 자기도 반드시 했고, 발가락을 핥으면 또 따라했다. 어울리지 않는 그런 성향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새롭고 예쁘다.



“앗...너무 쌔요..”



“쭙..쭙...”



덜컹~



“이것들이...술 사오라고 보냈더니..이럴 줄 알았어...”



육중한 철문이 열리면서 상미누나가 들어왔다.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용하게 찾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는 1층 편의점 가는 길이었다. 저녁을 먹고 예전처럼 콜라에 양주를 타 먹을 작정이었다.



“술은?”



“....아직.....”



“그게 그렇게 좋니?”



“좋긴...뭐가....재석이가 하도 달려드니까..어쩔 수 없이 받아 줄 뿐이지...”



“그러니까..내가 간다고 했잖아..”



“야! 네가 가면 오늘 들어오지도 않을걸?”



“흐흠...그럼...다 같이 갈까요?”



“잠깐...하던 건 마저 하고...”



예전의 슬기누나가 아니었다. 상미누나가 있거나 말거나 똘똘이를 먹었다. 한번은 싸야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상미누나는 계단에 앉아 기다리다가 심심하다며 조심스럽게 오더니 슬기누나가 어루만지고 있는 주머니를 핥았다. 계단의 벽에 기대서 두 명의 아가씨가 해 주는 서비스를 받았다.



“으음....누나..”



“응...”



“아...”



“읍....”



누가 가르쳤는지 몰라도 잘 가르쳤다. 동작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우선 똘똘이를 깊이 받아 잘 흔들어 주면서도 나오는 미친소를 바로 먹어치우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음미하면서 천천히 넘기고 이어서 나오는 잔여 미친소를 깨끗이 치웠다.



“맛있니?”



“아니.”



“진짜 맛있게 먹는다?”



“그렇게 먹으라던데?”



“누가?”



“얘가...”



배우기는 잘 배우는데. 입이 너무 가볍다.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상미누나의 시선을 피해 바지를 추스르고 내려갔다.



“변태...”



“알고 있습니다...”



“호호.”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상미누나와 슬기누나를 한 번씩 안고 잠드는 누나들 깨지 않게 조용히 나와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어제 사 두었던 참살 떡과 휴지. 포크가 함께 포장된 봉투를 들고 작은누나가 시험 보는 고사장으로 갔다.



“선배님들..시험 잘 보세요. 파이팅!!”



후배들로 보이는 여학생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경찰들. 장사꾼들로 교문 앞이 북적거렸다. 어떤 어머니는 큰 엿을 교문에 붙이고 기도를 하기도 하고 그저 안타까운 얼굴로 안으로 들어가는 딸을 바라보는 분도 있다.



“연주누나...”



“어..............”



“이거...시험 잘 봐...”



“...............”



아직도 누나 화가 풀리지 않아서 나를 보고 기분 상하고 그 때문에 시험을 망칠까봐 불안했다. 그렇지만 시험 잘 보라고 전화만 하기는 싫었다. 이 세상에 두 명 있는 내 누이.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하고 싶다.



“그럼..갈게...나..신경 쓰지 말고...편하게 시험 봐..”



“.......재석아...”



“응?”



“커피...한잔 마시고 가...”



“응...”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교문 앞에서 파는 커피를 들고 구석으로 갔다. 매년 입시 날이 가장 춥다고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추웠다. 잠바 안에는 상미누나가 사준 주머니 난로가 있었는데 나보다는 누나에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누나 손에 쥐어 줬다.



“와줘서..고마워...생각도 못했어..”



“...누나에게는 여러 가지로 미안해...”



“....나도 심했어...미안...”



누나가 나를 용서해 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딱딱하게 얼었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피어났다. 누나 역시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웃었다. 친구나 애인은 크게 싸우면 해어질 수도 있지만 가족만은 절대로 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그 때문에 연주누나에게 상처를 줬지만 이렇게 찾아올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오길 잘했다.



“후...너를 보니까..더 떨린다..아까만 해도 하나도 안 떨렸는데...”



“음...어떡해..”



“뭘 어떡해..망치면 너 때문이니까..책임지면 돼지..”



순간 누나 얼굴이 불어졌다. 뭔가 다른 것이 생각난 얼굴이었다. 차가운 공기에 오래 시달린 얼굴 피부가 딱딱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따듯하다. 조금이라도 따듯해지기를 바란 행동이었는데 내 손이 더 차가울까봐 걱정이었다.



“.......걱정 마..잘 볼 거야..”



“응...걱정 안 해..”



“들어가 봐야지?”



“응...”



교문 앞이 한산해지고 있다. 어머니들도 하나둘 발걸음을 돌렸다. 멀리서 뛰어오는 애들에게 길을 피해 주면서 박수를 쳐 준다. 응원의 소리도 들렸다. 시간이 다 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들어가서 옆에서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냥 가?”



“응?”



“뭐...행운의 키스 같은 건 없어?”



“...그럼..행운을 빌어..”



“........”



그래도 후배들이나 떠나지 못한 어머니들. 장사치들이 제법 있는 부산한 교문 앞이다. 동생으로서 할 짓은 아니지만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과 함께 누나가 원한다면 이라는 변명을 했다. 또 우리 사이에 키스는 인사나 다름없었다. 가볍게 대기만 하려고 했는데 누나 팔이 목을 감는다. 나에게서 배운. 나만큼 잘하는 혀가 거침없이 들어왔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그 혀를 빨았다.



“전화할게..”



“응.”



한 마리 나비처럼 날아갔다. 누나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새벽까지 다른 누나들을 괴롭혔는데도 불구하고 탐욕의 불길이 일어났다. 내 누의의 따듯한 가슴과 마음을 훔치고 싶었다. 나쁜 남자. 사악한 동생이 되고 싶었다.



딩동~



[1교시 잘 봤다. 난로 따듯하네. 고마워.]



딩동~



[어떻게..2교시 망친 거 같아..훌쩍..훌쩍..]



딩동~



[점심 먹어. 넌 뭐해? 밥은 먹었어?]



딩동~



[나 천재면 어떡하지? 만점 맞은 거 같아. 아는 문제만 나오더라..히히..브이]



딩동~



[나 지금 끝났어. 홀가분하다. 넌 어디?]



“누나~ 여기야~”



“어? 지금까지 기다렸어?”



“아니. 서점에 가서 구경하다가 좀 전에 왔어..”



“으응...춥지? 어서 가자..”



집으로 가다가 누나 메시지를 받고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왔다. 메시지와 함께 ‘예감’도 받았다. 누나에게 돌아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예감대로 누나는 나를 보자마다 기쁘게 웃으며 다정히 팔짱을 꼈다.



“뭐할까?”



“어? 피곤하지 않아? 집에 가서 좀 쉬어..”



“싫어..오늘부터 자유인데...우리 영화 보러 가자..”



“그래 그럼..큰누나에게는 전화 했어?”



“으응...해야지..”



조금 떨어져서 통화를 하던 누나가 전화를 끊고 나에게 왔다. 나도 매일 통화하기는 하지만 바꿔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밀었던 손이 무안했다.



“온데..지금..”



“어디로?”



“근처까지 왔다네..”



오던 길을 돌아서 고사장 앞까지 갔다. 얼마 안 있어 현주누나 차가 와서 멈추고는 오라고 손짓을 한다.



“재석이도 있었네? 그런 말 없더니...”



“으응...얘도 금방 왔어..”



“그래? 나 기다리길 잘했지? 호호. 그러니까 언니 말 잘 들어..고집부리지 말고..”



“...응....”



현주누나는 우리를 태우고 63빌딩으로 갔다. 웃기는 것은 들어간 식당은 지하였다. 63빌딩까지 왔으면 스카이라운지로 갈 줄 알았다.



“참..언니 연애한다.”



“진짜?”



“어머! 아냐..그런 거..”



“뭐가 아냐? 꽃다발도 보내고 매일 전화오던데..”



“그냥...야! 나 좋다는 남자가 한둘이니?”



가슴이 꽉 막혔다. 누나에게 좋은 사람이 생기길 바랐던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걸 알았다. 필사적으로 표정을 감춰 보려 해도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누나가 만나는 사람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나까지도 만족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언니에게 축하 안 해줘?”



“.....으응...축하해...”



“...아니라니까..”



“호호. 검사래..”



“검사?”



“응. 언니. 그 남자 놓치지 말고 꼭 시집가. 알았지?”



“....밥이나 먹어..”



요즘 검사들에게 시달려봐서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외형적인 비교는 중3. 이제 고1이 되는 나 같은 애송이 월등했다. 누나를 포기하는 마음보다는 질투와 시기로 가득해서 1인분에 6만원이라는 음식이 맛이 없어졌다.



“이제 연주도 대학에 갔고..다시 모여 살았으면 하는데..너희들 생각은 어때?”



“도둑 못 잡았는데 괜찮겠어?”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수는 없잖아..열쇠도 튼튼한 걸로 바꾸고..우선 도배랑 장판부터 하고..가구들이나 가전제품들 같이 알아보자..”



“난 좋아..재석이 너도 찬성이지?”



“으응...나야 뭐..”



“그럼 그렇게 알고 주말에 집에서 만나는 거다?”



“응...”



보일러와 전등들까지 없는 집에 다시 살림을 채우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했다. 보일러 60만원. 도배. 장판 400만원. 전등 40만원. 싱크대가 600만원.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기타 등등의 가전제품 1000만원. 침대와 옷장. 서랍장. 책상. 책장. 등의 가구들이 또 1000만원. 그릇. 커튼. 인테리어 소품들이 또 수백만 원이다.



현주누나와 연주누나는 틈만 나면 싸웠다. 이유도 가지각색이면서 유치했다. 커튼 색 하나. 텔레비전 크기. 싱크데 위치. 나 없는 동안 둘이 어떻게 살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누나들 다툼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떤 때는 서로 즐기는 분위기. 싸움을 즐긴다는 것이 말도 안 되지만. 화기애애한 것도 같았다.



“경비는 내가 낸다니까..”



“왜 네가 내는데?”



“그거야 언니는 얼마 살지도 않고 시집갈 테니까..언니는 언니 혼수나 준비해..”



“누가 시집간다고 그래? 넌 나 시집 못 보내서 안날이 났구나?”



“당연하지. 언니 나이가 몇인데..”



“그래서 다 네 마음대로 결정하려는 거니?”



“어차피 내가 쓸 거니까..당연한 거 아냐?”



싸움을 즐긴다는 것도 착각이다. 대립적으로 치달릴 때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합쳐서 도배지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그게 우리의 실상이었다.



“여긴 너의 집도 되지만 내 집이기도 해.”



“흥. 누가 뭐래?”



“그러지 말고..밥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응?”



“좋아..”



사람이 배가 고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배가 부르면 반대로 긴장이 이완되는 법이다. 또 고기를 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누나들을 데리고 근처에 새로 생긴 고기 집으로 갔다. 소주도 시켰다. 확실히 입에 음식이 들어가니 조용해졌다.



“그럼 이렇게 하자. 각자 방은 자기가 원하는 데로 하고. 경비도 자기가 해결하고. 거실과 욕실. 주방은...사다리 타자..”



“사다리?”



“응. 걸리는 사람이 경비를 제공할 의무와 자기 취향대로 꾸밀 권리를 갖는 거야..어때?”



“좋아..”



띠리디디띠리. 띠리디디 띠디.



“주방은 현주누나. 거실은 연주누나. 욕실은 나. 더 이상 불만 없지?”



“응...”



“휴...”



이제 싸울 일이 없겠다 생각하고 다음 주에 만났을 때 새로운 시비가 생겼다. 그녀들은 샘처럼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었다. 현주누나는 클래식하고 엔틱한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연주누나는 심플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을 좋아했다. 각자의 방을 꾸미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현주누나가 내 책상을 사 주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럼. 난 책장을 사줄게..”



“침대는 이걸로 해..누나가 사줄게..”



“어머~ 촌스러워. 이게 좋아. 이걸로 해..”



“뭐야? 어디가 촌스럽다는 거야? 너야 말로..그게 뭐니?”



아주 예쁜 여배우들의 눈. 코. 입. 귀를 따로 모아 합성하면 뜻밖에 추녀가 나오곤 하는데. 그 이유는 조화가 깨지기 때문이다. 누나 둘이 만들어 놓은 내 방이 딱 그랬다. 점점 누나들과 같이 사는 것이 자신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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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끝난 것은 아닌데 담당 검사도 박명수 검사도 패배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내가 제시한 증거는 내가 봐도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집으로 돌아와 내가 모르는, 또 하나의 카메라를 찾아냈다. 바로 내 책상 바로 뒤에 설치되 있었다. 무선이면서 현존하는 최고 화질의 신제품이다. 수신기는 아내의 방에서 찾았다.



‘알고 있었구나...’



이미 나도 알고 있던 사실이다. 더 분명해졌을 뿐이다. 습관처럼 아내가 남겨놓은 영상을 재생했다. 처음 봤을 때는 화가 났고, 다시 보면서 자극을 줬던 그것은 지금 보니 메시지였다. 그리고 경고였다.



‘그런데..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12개나 설치하느라고 아내처럼 최고의 제품을 사용할 수 없어 화질이 떨어졌다. 주의하고 보지 않으면 표정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또 이걸 볼 때마다 이성적이지 못했다. 아내의 불륜을 보면서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걸 변명이라고..’



이제 아내는 돌아오지 않는다. 간통으로 처벌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돈도 날아갔다. 빛 때문에 소주 한잔 할 여유도 없었다. 빛이라도 청산하고 빨리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이혼만이 길이었다. 아내는 빛도 없고 월급도 많아 재산이 묶였다고 해도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급한 것은 자신뿐이었다.



띠~



“..........”



“나야..”



핸드폰에 저장된 1번 단추에 따라 아내가 받는다. 아내의 핸드폰에는 내 이름이 나오면서 내가 걸었다는 것을 알려줬을 것이다. 수화기 건너의 아내는 말이 없었다.



“만났으면 하는데..”



“왜요?”



“이혼 문제로..할 이야기가 있어..”



“변호사랑 상의하세요..”



“그러지 말고..그래도 우리..부부였잖아..잠깐만 만나..”



“...좋아요...그럼...CC에서 봐요..”



“응..지금 바로 출발할게..”



왜 사람은 놓친 다음에야 그것의 가치를 알게 될까? 아니면 단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일 뿐일까? 처녀 적 아내를 보는 것 같았다. 아름답고, 당당했다. 20대의 싱그러움 대신 완전히 익은 과일 향이 난다. 그녀를 안는 것보다 남의 부인을 품는 것이 더 좋았던 때가 있었다. 마음대로 안을 수 있었을 때는 못 느꼈던 그녀의 매력이 보였다.



“오랜만이야...잘 지냈어?”



“할 말이 뭐에요?”



“차갑네...뭐 좋아. 그게 당신 매력이지..”



“...........”



“이혼해..줄게..”



“하고 있잖아요?”



“합의 이혼...하자는 말이야..”



“좋아요..그럼 내일 법원 앞에서 봐요..”



“그래...”



커피숍의 넓은 유리를 통해 걸어가는 아내가 보였다. 문 앞 가로수 앞에 그 애가 서 있었다. 아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애와 함께 온 것이다. 아내와 그 애도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을 한번 보고는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



내 전화를 받았을 때 함께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라면 혼자 왔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아내에게 나는 그런 배려도 하기 싫을 정도의 남자인가. 아니면 내가 험한 짓을 할까봐 그랬던 걸까?





‘이유가 뭐든 이건 아니지..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이혼은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보다 쉽고 간단했다. 서류 작성해서 내고 법원에서 정해준 기일에 같이 참석에 묻는 말에 대답하고 확인서 받아 구청에 내면 끝이었다.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소장을 취하하고 아파트를 팔아 합의대로 반반씩 나눴다. 회사근처에 원룸하나 얻어 이사까지 마치고 나자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으음...”



한 칸 공간에 혼자 누워 뒤척거렸다.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났다. 겨울 날씨에 땀까지 흘리면서 추웠다. 무엇보다 허기가 졌다.



“으....”



안 움직이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편의점에 가서 1000원짜리 참치 죽과 담배. 소주 한 병을 들고 왔다. 참치 죽을 전자 렌지에 데워 뱃속을 채우고 물 잔에 소주를 따라 마셨다. 물처럼 넘어간다. 속에서 열기가 퍼져가면서 아픔이 줄었다. 이어서 담배에 불도 붙였다.



“후...”



나를 위해 뭐든지 하던 아내와 맞벌이로 생긴 여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아이가 없는 것은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들 말로는 애 하나 키우는데 집 한 채 값이 든다고 해서 천천히 가질 생각이었다.



그런 여유들이 문제였다. 차라리 아이도 한 두어 명 낳고 아등바등 살았다면 정신없이 지냈을 텐데 여유가 있다 보니 삶이 싫증났던 것이다. 남은 술을 마저 따라 한 번에 마셨다. 빈속에 마신 술이 속을 깎아내리면서 울렁거렸다. 취기가 퍼지면서 머리가 울렸다.



“씨발년..지 서방은 아파 죽으려고 하는데..”



외우고 있는 동영상이 머리 안에서 재생된다. 보이지 않았던 아내의 표정이 상상과 더해지면서 선명하게 지나갔다. 희열에 들떠 다른 사내에게 안겨 몸부림치면서 나를 향해 비웃음을 날린다.



와장창!



내 손에 잡히는 대로 문을 향해 던졌다. 빈 술병과 유리잔. 플라스틱 죽 그릇들이 차례로 날아가고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그러나 내 마음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는다.



“걸레 같은 년이 지금도 좆나게 십질하고 있겠지..”



항문까지 뚫려 침을 질질 흘리던 아내였다. 언제나 붙어 다니는 듯했던 그들이었다. 지금도 개처럼 붙어서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지 않으면 떨어질 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잘리지는 않았지만 눈치가 간당간당 파리 목숨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혼문제와 곧 생길 거라 믿었던 돈 때문에 회사에 등한시 했고 신용을 많이 잃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매달려야 하는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또 지금은 몸도 아파 결근을 했다. 누구 하나 시중들어 주는 이는 없고 몸살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나만 당해야 해?”



“웃기고 있어..내가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냐..씨발년아..”



컴퓨터를 키고 공유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렸다.



‘제목은...H상사 신상품 계발과 김보라 과장과 S대 영문과 이상미의 영계사냥.’



“크크크...”





“음....”



머리가 빠개지는 것처럼 아파 일어났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었다. 시계는 7시를 가리켰다. 시계로도 알 수 없다. 만약 아침이라면 오늘은 출근을 해야 한다. 다행히 몸이 한결 가벼웠다.



“응?”



컴퓨터가 켜져 있고, 업로드가 완료 했다는 메시지가 보였다. 희미하게 기억이 났다. 현실감은 없었다. 컴퓨터를 통해 확인하자 ‘H상사 신상품 계발과 김보라 과장과 S대 영문과 이상미의 영계사냥.’라는 제목이 보였다.



“음...”



서둘러 삭제시켰다. 다운받은 사람 카운트가 200명 정도였다. 이정도 숫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위하고 후회스러운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서둘러 출근을 했다.



며칠을 보내고 점점 안정을 찾아가면서 뭐 재밌는 거 없나 인터넷을 뒤져보는데 ‘H상사 신상품 계발과 김보라 과장과 S대 영문과 이상미의 영계사냥.’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수십 명이 올려놓고 있는 것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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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부터 연중해서 4월에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 대략 3달..즐거웠어요. ‘애모’에 보내주신 관심 감사합니다.



3. 이별은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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