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브리더

류재인 0 21 04.06 04:10



이제는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되었다. 더 늦기전에 빨리...’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장영규는 자신의 염색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들을 보며 생각했다.

 

젊은 시절 가난이 싫어 집에서 뛰쳐나온 후 장영규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서슴지 않고 움직였다. 집요한 성격에 머리까지 비상한 장영규는 어쩌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닥치는 대로 주위의 돈을 긁어모았고 그의 경쟁자들은 결국 사업을 포기해 다시는 장영규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장영규는 낡은 공장을 헐값에 사들여 염색공장을 차렸다. 그의 경쟁자들은 마진이 크게 나지 않는 염색공장에 투자한 장영규가 드디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저지를 실수를... 그것도 인생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장영규의 목표가 과연 돈 뿐이었을까? 장영규는 이미 평생을 펑펑 쓰고도 남을 돈이 있었다. 사실 장영규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는 끔찍한 생각들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군단. 오로지 나에게 복종하고 또 복종하는 노예들. 노예 군단. 때려도 웃고 욕해도 웃는 바보 천치들. 바보천치 노예군단.’

 

이것이 장영규가 이루고자 하는 인생 최대의 목표였다.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게 될 100명의 여공들을 하나하나 직접 뽑았다. 하나같이 못생기고 지능이 매우 떨어지는 여자들뿐이었다. 여공들의 지능이 매우 떨어지다 보니 공장의 생산량은 미미했고 수익도 그만큼 떨어졌지만 장영규의 비상한 머리와 영업능력으로 공장은 원만히 유지됐다. 그는 잠도 아껴가며 공장 유지에 힘쓰는 반면 자신의 군단을 낳아줄 여공을 물색했다. 그리고 장영규는 그런 여공을 찾았다. 유난히 눈망울이 큰 그 여공은 한쪽 입이 삐뚤어졌고 머리는 듬성듬성 난데다 지능은 매우 낮았다. 장영규는 당장 이 여공을 집으로 불러들여 집안일을 돌보게 했다. 그리고 기회가 오자 여공을 임신시키는데 성공했다. 장영규는 여공이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모진 애를 썼다. 산해진미란 진미는 모두 공수해 여공의 배를 불렸고 몸에 좋다는 보약은 죄다 달여 먹였다. 여공은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여공이 낳은 아이는 누가 봐도 열성인자임이 틀림없었다. 장영규는 크게 기뻐했다. 아이는 좀체 우는 일이 없었다. 장영규가 아무리 무서운 얼굴로 아이를 쏘아봐도 아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그 못생긴 얼굴로 방실 방실 웃을 뿐이었다. 장영규는 아이를 애지중지 보살폈다.

 

장영규는 다음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공은 더 이상 아이를 가지지 못했다. 여공의 번식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장영규에게 있었다. 장영규의 주치의는 그의 생식기가 더 이상 정자를 생산할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장영규는 절망했다.

 

힘이 빠져버린 장영규는 더 이상 예전의 장영규가 아니었다. 공장관리도 직원에게 맡기고 본인은 집에 처박혀 자신의 인생을 비관했다. 다행이 공장관리를 맡은 사람은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라 공장은 문제없이 돌아갔다.

 

하루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던 장영규는 어느날 자신의 아이가 장난감 군인들을 가지고 노는 걸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영규는 장난감 군인 하나를 따로 놓고는 그 옆에 여자 인형을 짝지어 놓았다. 그리고 그 둘 아래에 장난감 군인 셋을 갖다 놓았다. 그리고 그짓을 반복하여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장영규를 따라 군인 하나에 여자 하나 그리고 그 밑에 군인 셋 그리고 군인 셋에게 여자 셋 그 밑에 군인 아홉 등 끊임없이 그 수를 불려 나갔다. 장영규가 매우 기뻐하며 박수치고 춤추자 아이도 덩달아 박수치고 춤을 추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장영규는 늙고 병들어 하루하루를 침상위에서 보냈다. 그동안 공장에서 나온 돈은 아끼고 아껴 재단을 설립하는데 보탰다. 재단은 지능이 낮은 아이들을 모아 기술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재단이 운영하는 공장에 취직시켰다. 공장을 관리하던 직원은 재단의 이사장이 되어 재단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장영규의 부하 직원이 아니었다. 그는 장영규의 훌륭한 파트너였다.

 

장영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장영규의 아이가 그를 찾아왔다. 아이는 성인이 되어있었고 아이의 곁에는 그의 부인과 둘 사이 낳은 자식 셋도 함께였다. 장영규는 그 모습을 보고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가 죽어도 그의 아이의 아이는 또 다른 아이를 낳을 것이고 또다른 아이를 낳을 것이다. 또 재단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도 계속해서 그 대를 이어가겠지.



-후기-


지옥 같았던 2주를 보내고 나니 숨통이 좀 틥니다. 일이 좀 널널해 졌다고 생각하니 또 뜰어오고 널널해졌다하면 또 들어오고... 언제까지 이래야하나 생각하면 무서운데 주위에도 다 그런거 같고 저보다 더 힘든분들을 보면 원래 다 그런거니 생각을 말자 하며 잠을 설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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