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소설 (novel)

성인소설 - 뺏든가, 뺏기든가, 혹은 믿든가 - 10부 아피나쇼파

조제형 0 69 12.07 15:34

10. Prisoner"s Dilemma ~ 그들의 딜레마






























~ 꿈, 4개월 후










꿈이라고는 하지만 내 손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딱히 어딘가에 부딪힌다거나 해서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니였다. 다만 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쥔 탓에 내 손톱이 내 살갖을 파고들었기 때문... 그리고 내가 분노한 이유는 다름아닌...




"하하하, 한심한 새끼들. 하여튼 나약한 새끼들은 저래서 안된다니까. 쯧쯧쯧..."




이번달에는 2명의 희생자가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사망원인은 각각 강제로 다른 참가자의 아내를 범한 것, 그리고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범해졌다는 사실을 안 남자가 아내에게 이혼을 하자고 한 것이였다. 사실 모르겠다. 그들의 죽음은, 악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명백한 그들의 잘못이자 실수였다. 처음 꿈에서 악마가 말했던 금기사항, 그것을 어겼던 것... 어찌보면 그들의 경솔함이 죽음을 자초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은 잘못이라고 쳐도, 그리고 설사 그들이 경쟁자라고 할지라도 인간이면 인간답게, 자신이 인간으로 인정받는만큼 다른 인간도 존중해야한다. 그리고 최소한 인간이 죽음을 맞이할때는, 그들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죽음 자체는 애도를 표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도 다른 아내를 강간한 남자를 옹호해주고 싶지 않고, 적절한 벌을 내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벌이 꼭 죽음일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그가 강간을 하게끔 유도한 것은 이 빌어먹을놈의 시험이라는 악마들의 유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내와 이혼을 하자고 한 남자같은경우도 그렇다. 만약 이 시험이 아니였다면 그의 아내가 강간당할 일이 있었겠으며, 그가 아내에게 이혼을 하자는 말을 할 일이 생겼을까? 나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일처럼 느껴지지만, 반대로 나 자신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




내 마음은 이렇게 심란한데... 뭐라 말하지 못할 기분인데... 그들은 타인의 죽음을 비웃으며 오히려 경쟁자가 줄어서 기쁘다는듯 히죽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면상을 보기가 싫었다. 내가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니...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가 역겨워졌다. 아니, 나는 인간이다. 오히려 그들이 인간답지 못한... 짐승같은 놈들일 뿐... 그들에게 화가 난다. 아니... 그들에게 화를 내는걸까. 아니면 내 자신에게 화가 나는걸까...




아무튼 내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그것은 우리들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마찬가지였던것 같았다. 수철도, 성교수도, 그리고 우사장과 정사장도 마찬가지로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마치 흉물을 보는것같은 표정으로 그 짐승같은 네 사람을 보고 있었다.




"왜? 당신들의 표정을 보니 즐겁군. 아주 즐거워. 겁에 잔뜩 질려서 싸움에서 지고 도망가는 개마냥... 큭큭..."




"다... 당신들은 동정심같은건 없습니까!?"




"동정심? 내가 왜? 내가 왜 그들에게 동정심을 느껴야하는지 이유라도 설명해보시지."




"같은 인간이잖습니까! 그리고 함께 시험을 이겨나가야할 동반자고..."




"동반자? 내 귓구멍이 쳐막혔나? 내가 잘못들은거같은데... 동반자라고? 왜?"




"이 시험을 이겨내려면 함께 힘을 모아서 아내를 믿고..."




"응?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거같은데... 보자. 음... 분명 당신 이름이... 아? 최상진... 맞지? 하하하... 생각해보니 그래. 맞아... 니년 부인이 정말 맛있게 생겼길래 조만간에 따먹으려고 했었지. 큭큭..."




"뭐.... 뭐야!!"




"어이어이, 흥분하지 말라고. 내가 당신 부인을 따먹으면 나도 좋고, 당신도 여기 있는 사람들 중 하나한테 부인을 내준거니까 서로 좋은거잖아. 이게 윈윈이지, 안그래? 뭐... 물론 그게 당신한테 좋으려면 내가 다른 부인들을 다 따먹기 이전에 당신이 다른 사람들한테 부인을 다 대줘야겠지만... 큭큭큭."




비록 말 몇마디일뿐이지만 내 아내를 능욕하는 말을 들으니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움직여 그들을 향해 내달리는것을 수철이 간신히 붙잡았다.




"형님! 그런 도발에 넘어가지 마세요. 잊었어요? 다른 사람한테 폭력을 쓰는것도 금지인것을..."




"냅둬봐! 금지고 나발이고 내가 저 새끼들을...."




수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도 내 몸이 전진하는것을 막진 못했다. 옆에 있던 성교수와 장사장까지 내 몸을 붙들고나서야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주먹을 한대 갈겨주려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런 나를 비웃는것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채 그들을 쳐버려서 내가 시험에 탈락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짓고는 또다시 우리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으음, 뭐 나쁘지 않잖아? 생각해보라고. 당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옆에 어린놈이나, 교수인지 뭔지 하는 놈이나, 아닌척하면서 속으로는 당신 아내 보지에 좆을 쑤시고싶어서 안달났을걸?"




"최군. 참게나..."




"크으~ 고년 참 젖통도 빨고싶게 생겼던데말이야. 그런 좋은건 혼자서 독차지하면 재미없지~ 안그래?"




화가 나도, 지나칠정도로 화가 나면 화를 낼 기운도 없단 말이 있었던것 같다. 아니, 사실은 화를 낼 기운이 없는건 아니였다. 단지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분노를 어떻게 표현해야 적절할지 고민될뿐... 이 분노를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고 그들을 노려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음담패설은 비단 나를 향한 것만이 아니였다.




"그러고보니까 그래. 거기 교수한다는사람말이야. 부인은 참 어려보이던데. 몇살차이? 큭큭... 어린 부인이 그 힘없는 좆에 어디 만족하겠어? 우리가 귀여워해줄게. 참참, 그 옆에쪽 사장님 부인이랑은 자매라고 했었나? 크으~ 이거이거 잘하면 자매덮밥 먹을 수 있겠는데?"




"...."




"형, 그 언니년은 내가 먼저 먹고싶어. 그년 생긴거 하며 야리야리한 몸매며, 그 빨통 하며, 완전 내 스타일이야."




"그래그래. 야, 생각해보니까 형제 vs 자매 구도로 가도 괜찮은 작품 나올거같지 않냐? 하하하하..."




듣는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들의 말에 나는 성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 나이를 헛되이 먹은게 아니라는걸 보여주기라도 하는듯 그의 표정은 꽤나 침착해보였다. 물론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면 그의 얼굴은 상기된채 화가 난듯 호흡이 거칠어져있었지만, 그들이 눈치챌만한 것은 아니였다. 그리고 그들 형제에 이어 건들건들한 인상의 남자들 또한 돌아가면서 우리들의 부인을 능욕했다. 보지를 찢어버리겠다느니, 좆물로 샤워를 시키겠다느니... 그들이 내 부인을 모욕한것이 처음이였기 때문에 나도 성교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도 격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겠지.. 하지만 침착히 참고 있다. 그래, 어쩌면 참는것이 유일한 대항책일수도 있었다. 어차피 꿈속에서 지껄여봐야 현실에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해볼테면 해봐라. 나의, 그리고 우리들의 부인은 너희들에게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




내가 그들의 발언으로 인해 충격받은 것들이 사라지고, 침착함을 찾았을때쯤, 문득 그들의 발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그들의 발언은 도발적이였다. 마치 우리들에게 화를 북돋아서 그들에게 폭행을 가하게 하려는듯한 말투. 물론 우리들과 그들은 다른 그룹이긴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과 우리의 그룹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우리들의 목적과 그들의 목적은 같았다. 애시당초 그렇기에 내가 그들에게 그런 제안을 했었던 것이였고. 그런데 그들은 왜 우리의 부인을 능욕하겠다고 선전포고하듯 말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과연 단순한 도발일까, 아니면 현실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말일까.




만약 후자라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애시당초 이 시험은, 범한다는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모두의 부인을 범하는 것으로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선택을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시작한다면 중도에 그만둘수도 없다. 그렇게 해서 반드시 시험을 통과하려면 기한 내에 다른 모두의 부인과 섹스를 해야만 한다. 뭐, 물론 그들의 발언으로는 기회만 되면 언제라도 남의 부인을 유혹해서 관계를 가지려고 하는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것은, 그런 방식으로는 그들 그룹 전원이 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였다. 즉, 이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은 동맹관계가 아닌, 철저한 개인전으로 끌고가야지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 4명이 마치 한 마음이라도 되는듯 우리의 부인을 농락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그들이 그 길을 선택한다면 결국은 그들끼리 피를 봐야하기 때문에...




"저기... 아까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그러지들 마시고... 어차피 서로 경쟁한다고 해봤자 뭐가 이득이겠어요? 그러니까 다들 살아남는길을..."




"음?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설마 우리가 너희들 말을 믿는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뭐? 서로의 부인을 건드리지 말자고? 그래서, 너희 말만 믿고 있다가 너희가 내 부인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우리만 손해보는거잖아?"




"저희가 왜 여러분의 부인을 건드리겠습니까? 그래봤자 손해보는건 저희뿐..."




"닥쳐. 손빨고 구경하지만은 않을거야. 뭐... 우리들끼리는 우리들끼리 재미보기로 이미 합의를 했지. 하하하... 말도 나온김에 우리 누구의 부인을 먼저 돌려먹을지 정하죠."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어떻게? 가위바위보로 괜찮겠습니까?"




"공평하군요. 하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들이 가위바위보로 소위, 누구의 부인을 돌림빵을 할지 정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무래 생각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수 없을것 같았다. 자신의 부인을 돌린다니... 젊었을때의 호기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 사이지 않은가? 사랑하는 부인이지 않은가? 왜... 그런...




그 4명의 가위바위보는 생각보다 싱겁게 결판이 났다. 나머지 세 사람이 가위를 낸 사이 그 형제 중 동생에 해당하는 남자가 보를 낸 것이였다. 아마 진 사람이 먼저 자신의 아내를 그들에게 헌납(?)해야하는 것 눈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가 만약 그 동생에 해당하는 남자였다면, 물론 내가 그였다면 애시당초에 그런 말도 안되는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았겠지만, 어떻게해서든 무효라며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들에게 화를 냈을것 같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흥분된다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하하... 이거이거, 형. 약속대로 촬영해서 동영상으로 만들어주기야."




"알았아 이놈아. 참고로 귀찮아서 편집은 안한다. 알지?"




"편집 안한게 더 좋지. 큭큭... 어디 형이랑 두분이서 어떻게 내 마누라를 조지는지 지켜보겠어. 으으... 상상만해도 꼴리네 이거. 시발년. 꿈에서 깨자마자 아내랑 한판 떠야겠다."




"걱정마시죠. 하하... 저희가 아주 아내분을 걸레보지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아주 좆 없으면 허전해서 못살 정도로 말이죠. 하하하..."




미쳤다. 그들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듯 내 옆에 있던 수철을 비롯해서 우사장과 장사장은 모두 고개를 떨궜고, 그 옆에 있는 성교수는 나를 보면서 마치 그들은 틀렸어, 라고 말하는듯 고개를 저었다.




"호호호... 이거 흥미롭게 돌아가는데? 다음달에 볼때는 재미있겠어."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듯, 아니 오히려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만드려는듯한 아스모데우스의 말에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지만 차마 그것을 겉으로 표현할 순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이 상황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을 어느정도는 눈치채버렸기에...






















~ 현실








"형님!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열받아요!!"




"... 참자... 어쩌겠냐 우리가..."




그 꿈을 꾼 다음날, 점심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진은 수철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했고, 때마침 상진에게 연락을 하려던 수철도 딱 맞춰서 연락이 온 상진의 전화를 받고는 술약속을 잡았다. 원칙적으로는 그 둘을 포함한 성찬현교수, 우도혁사장, 장현우사장까지 한 자리에서 함께 만나야했지만, 상진도 그렇고 수철도 그렇고 아직은 그들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부르지 않기로 했었다. 물론 믿는 마음이 더 크긴 했지만, 지난번 꿈을 통해 다른 그룹이 배신(?)을 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였기에 남을 완전히 신뢰한다는 것은 상진에게는 힘든 일이였다. 만에 하나를 위해서라도 그들을 완전히 신용할 수는 없었고, 그렇기에 믿을 수 있는 것은 수철만이 전부였다.




수철은 그 꿈에서 그들이 했던 대화내용을 떠올리는지, 아니면 술기운 때문인지 얼굴이 잔뜩 상기된 후였다.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어둠의 공간의 효과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은 그가 그토록 큰 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상진은 새삼 그 어둠의 장벽의 위력에 실감하며 그 또한 끓어오르는 흥분을 최대한 억누른채 수철을 달랬다.




"어차피 자신들이 자초한 길이야. 그들이 정말로 그 길을 선택한다면 그들은 절대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거다."




"형님...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는거에요..."




"생각해봐라. 지난번에 죽은 두 사람... 한명은 여자의 마음을 뺏은줄 알고 착각해서 모텔까지 갔는데 정작 여자한테는 그럴 마음이 없었잖냐. 남자의 마음도 마음이지만 여자의 마음을 읽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겉으로는 나한테 마음이 있나? 싶으면서도 알고보면 그냥 친구처러 대하는 거일수도 있지.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아내가 다른 남자랑 관계를 가진걸 참지 못하고 이혼을 하자고 했잖아. 아무리 취향이 독특해도, 그리고 참아야 시험에서 통과할 수 있다고 해도 아내가 다른 남자랑 관계했다는걸 담담히 받아들이는건 보통 일이 아니지..."




"하지만 형님. 그새끼들이 말하는거 봤잖아요. 오히려 그놈은 지 아내가 다른 놈들한테 당한다고 생각하니까 흥분한다고 말했잖아요."




"말로만 그런거일수도 있어. 상상으로 내 아내가 다른 남자들한테 당하는거랑, 실제로 당하는건 천지차이야. 아무리 상상했을때는 흥분되는 일이라고 해도 실제로 벌어지면 그 사람의 마음이 멀쩡할 수 있을까? 만약 아내를 사랑한다면... 절대로 괜찮지 않을거다. 장담할 수 있어."




"... 그렇겠죠... 저도... 희진이가 다른 남자랑 만난다는거 알았을때는... 정말..."




"야, 그나저나 그거 진짜야?"




"... 네..."




상진은 믿지 못하겠다는듯 수철을 다시 한번 바라봤지만 수철의 표정은 그가 허튼 소리를 말하고 있는것 같진 않아보였다.




"한번 자세히 말해봐. 그... 직접 봤어?"




"... 자주 만나요...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보통 수요일이나 목요일에요... 같이 저녁먹고 술마시다가 모텔가고는 하더라구요..."




"... 확실해?"




"형님. 저도 이런말 하는거 너무 괴로워요. 제가 따라가봤어요. 제 두 눈으로 그놈이랑 같이 모텔로 들어가는거를 똑똑히 봤다구요..."




"....."




수철은 거짓을 말하고 있는것 같진 않았다. 하기야, 자신의 아내가 바람났다는걸 거짓말로 말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진은 그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한때 자신과 사귀었던 희진이였지만,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희진은 수철을 두고 다른 남자나 만날 그런 여자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불과했지만... 그 말이 사실일까? 최악의 상황에는 더 많은 남자들이 희진과 관계를 하기 위해 온갖 수작을 다 부릴텐데 그 수작질을 수철은 인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때문에 상진 또한 마음이 심란해졌다.




"형님... 저 부탁이 있어요...."




"... 뭔데?"




"만약에... 만약에 제가 못버티고... 죽더라도... 희진이... 부탁드려요..."




"야! 임마!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 제발요... 제발 약속해주세요. 남자대 남자로써 부탁드려요. 제가 무슨 말 하시는지 아시잖아요."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술을 마시다 말고 막무가내로 무릎을 꿇고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수철에게 상진은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짧은 순간동안 상진은 만약에 자신이 수철의 입장이라면 어떤 심경일지 생각해봤다.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상진은 술을 벌컥 삼키고는 수철에게 알았다고 말하며 그에게 술잔을 건넸고, 수철 또한 답답하지 술이 가득 담긴 술잔을 목에 넘겼다.




"그나저나 형님... 그놈들 말이에요...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요?"




"... 글쎄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단말이죠... 신분이 뭐라도 되지 않는한 호구조사하는게 쉽진 않을텐데... 형님이 말씀하신대로 서로의 부인을 건드리지 않는게 시험을 통과하는데는..."




상진 또한 수철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왜, 왜 그들은 굳이 다른 남자의 아내를 탐하려고 하는 것일까. 왜 그토록 시험을 빨리 통과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때 문득 상진의 머리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 그거였어?"




"네...? 형님... 무슨....?"




".... 죄수의 딜레마다..."






















~ 악마








"죄수의 딜레마. 후후... 프쉬케. 공부했어?"




"읽어는 봤습니다. 하지만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래? 아마 인간을 처음 대하는 악마들은 다들 너같은 반응일거야. 우선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 아는대로 말해봐."




아스모데우스의 질문에 프쉬케는 잠시 눈을 찌푸리며 기억을 떠올리는듯 했다. 곧 생각이 난듯 프쉬케는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말을 꺼냈다.




"죄수의 딜레마는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예를들어 공범이 의심되는 2명의 용의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각각 수사실로 불러서 취조를 하죠. 형사는 그들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만약 둘 다 자백을 하지 않으면 징역 2년. 둘 다 자백을 하면 징역 7년.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재미있는데 만약에 한 사람이 자백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자백한 사람은 석방하고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징역 10년에 처하게 되는 상황에서 용의자가 자백을 하는게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지는 개념입니다."




"그래... 프쉬케, 잘 알고 있네."




"그런데 갑자기 왜...?"




"후후... 인간들 하고 있는 짓이 왠지 죄수의 딜레마랑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들이 죄수의 딜레마라는 모형을 통해 얻어낸 진실은 그들의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도리어 그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로 작용한다는 점이야. 아까 설명에서도 알다시피 개인으로써 봤을때는 자백을 하는것이 개인에게 있어서는 이득이지. 만약에 상대방이 자백을 할 경우에 본인이 자백을 하면 7년이지만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10년이지. 이 경우에는 자백을 하는것이 이득이야. 반대로 상대방이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자백을 하면 석방되지만 자백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징역을 2년이나 살아야되. 이 경우에도 자백을 하는것이 이득이야. 다만, 문제는 각자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하는 행동때문에 두 사람 모두 자백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이득을 보지 않으려고 자백을 하지 않았을때의 형량인 징역 2년보다 징역을 5년이나 더 살게되. 후후... 웃기지?"




"... 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 모형에서 더 중요한게 뭔줄 알아?"




"모르겠습니다..."




"세가지. 하나는 인간에게 있어서 이득과 손해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이득을 본다는 것보다는 상대방보다 손해를 본다는 개념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공동체에 있는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공동체가 함께 얻어내야 할 결과를 자신의 손으로 결정짓고 싶어하지 상대방의 손으로 결정짓고 싶어하진 않는다는 것이지."




프쉬케는 아스모데우스가 한 말을 곰곰히 되뇌였다. 잘 이해가 되질 않는듯한 표정을 짓자 아스모데우스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 시험에서 인간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뭐라고 생각해? 시험을 통과했을때 주어지는, 인간으로써는 그전까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이뤄낸다는 것이지. 손해는 뭐라고 생각해? 죽음이야. 그렇다면 공동체는? 공동체를 이뤄서 그 공동체에 소속된 인간들이 모두 다 이득을 얻어낸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말이야... 그 방법들은 너무나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방법들이란 말이지. 상대방을 믿을 수 있냐? 상대방이 다른 사람의 아내를 탐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공동체는 붕괴되버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득에 그 사람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볼까? 그가 이득을 취했어? 아니야. 그가 했던 행동이 결과적으로 이득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나머지 인간들의 부인들과도 섹스를 해야만해. 즉, 그 전까지는 오히려 그 사람이 했던 다른 사람의 부인과의 섹스는 그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일이지. 시간이 지나버리면 그의 일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인간들은 그걸 몰라. 오로지 그들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지. 그들이 늦었다, 한발 늦었다, 그래서 손해를 봤다, 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부인과 섹스를 하지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득이 되냐, 손해가 되냐의 문제가 먼저 다른 사람의 부인과 섹스를 한 사람이 나머지 부인들과 관계를 가지냐 아니냐에 의해 결정이 되거든.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섹스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손해를 본걸까? 아니야... 그들의 행동은 궁극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시험을 통과한다, 라는 목표달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야.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면 되지. 자연스럽게 그들은 시험을 통과할 테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주도권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버리고, 그들이 손해를 봤다는 생각때문에 그들만의 이득을 추구하게 되.




바꿔서 말하자면, 용의자의 딜레마 모형이 극단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용의자가 여러명인데 전부다 자백을 했을 경우에는 징역 10년. 전부다 자백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석방. 여기서 진짜 극단적인게 들어가는데, 일부의 사람이 자백을 하고 일부의 사람이 자백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백을 한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포상금 지급 및 유예. 자백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1년동안 징역, 단 자백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마음을 바꿔서 자백을 하면 일시적으로 포상금 지급. 그리고 그 1년의 유예 기간동안 자백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후 석방, 그 전까지 자백했던 사람들은 모두 사형. 이런 느낌이려나? 후후후..."




"... 복잡합니다..."




"복잡할거 없어 프쉬케. 인간들은 그저... 음... 그래. 이기적인 존재들이라는거지. 그리고 그 이기심때문에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조차 모르는 존재들이라는거고. 호호...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동맹을 제안했을때 속으로 비웃었었던거야. 이렇게 될줄 알았거든. 후후..."
























~ 현재, 미애










오늘도 남편이 출근을 하기 전 현관에서 그의 뺨에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그이를 보낸다. 그이가 출근하고나면 집안일의 연속이다. 청소, 빨래, 장보기, 간단한 반찬... 사실 청소와 빨래는 매일매일 하지 않아도 딱히 상관은 없다. 반찬도 그이는 내가 한 음식은 항상 맛있다고 해주기 때문에, 물론 겉으로만 그렇게 말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딱히 신경써서 할 필요도 없다.




다만 내가 이렇게 매일같이 열심히 집안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내 꿈은 현모양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집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그이가 바깥일을 할동안, 그이와 나만의 보금자리를 가꾸고 가꾼다는것... 그가 우리의 미래릉 위해 창을 들고 싸우는 투사라면, 나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방패를 들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방패병이다. 창과 방패... 공격과 수비... 음양... 남자와 여자...




우리의 조합은 좋은 편이다. 결혼한 이후 항상 그랬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단 한번다 아쉽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아니,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었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자 아쉬움이라고 할까나... 가끔 그이가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여자의 향수냄새가 옷에 배어있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내 남자는 밖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위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과거는 어떤지 모르겠다. 실제로 처음 봤을때 그의 눈은 마치 나는 바람둥이에요, 라고 말하는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이와 사귀게 된 이후부터 결혼,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눈빛은 마치 나에게 나는 당산밖에 없어,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사람은 행동을 속일 수는 있어도 눈을 속일 순 없다.




항상 남편과 말을 하고는 한다. 내 소원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는것이라고... 그리고 그이는 항상 내게 말했다. 3년만 참자고... 3년 후에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고 일자리도 조금 여유로운 일자리를 구해서 나와 함꼐 하는 시간도 더 많아질거고, 아이들도 낳을 것이라고...




그 모습은 가끔 꿈에서조차 나올 정도로 내가 바라고, 또 바라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그때의 난 알지 못했다.




그 꿈이... 나의 간절했던 소망이... 지금 걸려오는 전화 한통으로 인해 산산조각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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